뿌리를 찾아서

선조의 얼

石村 진기범 2013. 3. 25. 09:05

 

                            진화 (陳澕)

 

본관은 여양(麗陽). 호는 매호(梅湖). 무신란 때 문신을 적극 보호했던 참지정사(參知政事) 판병부사(判兵部事) 준(俊)의 손자로, 무신란 이후 새롭게 부상한 무반 출신 신진사인(新進士人)이다.

생몰연대나 행적에 관한 당대의 기록은 없으나 그의 문집 〈매호유고 梅湖遺稿〉의 소전(小傳)에 의하면, 1198년(신종 1) 사마시에 장원급제했는데 이때 나이가 20세가 채 안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대략 1180년경에 태어난 것으로 보인다. 1200년(신종 3) 문과에 부장원을 하고 다음해부터 보내시(補內侍)로 벼슬길에 올랐다. 1209년(희종 5)에 학정(學正)으로 옮겼으며 조서(詔書) 쓰는 일을 하다가 1213년(강종 2) 언사(言事)에 연루되어 파면되었다. 후에 한림원으로 복직되고 그 사이에 서장관으로서 금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온 후 옥당(玉堂)에서 지제고(知制誥)를 겸했다. 정언(正言)·보궐(補闕)을 두루 거치고 우사간(右司諫)으로서 지공주사(知公州事)의 일을 도왔다. 〈상금승제의 上琴承制儀〉를 지은 해인 1215년(고종 2)까지만 행적이 확인된다. 이러한 기록에 의거해볼 때 진화는 대략 1180년에서 1220년의 길지 않은 생애를 살았으며, 그가 거친 벼슬이 대개 임금의 조서를 짓는 한림·지제고, 임금에게 간하여 잘못을 바로잡는 사간·정언 등이었던 것으로 미루어 문장력이 뛰어나고 청렴강직한 성품이었음을 알 수 있다.

생전에 남겨진 문집은 없으며 현재 전하고 있는 〈매호유고〉 1권은 1784년(정조 8) 15세손 후가 홍만종이 수집한 몇 편의 작품, 즉 〈동문선〉·〈동인시화〉·〈기아〉 등에 실린 작품과 〈백운집〉 등에 실린 생전의 행적에 대한 기록을 수집하여 편찬한 것이다. 진화는 〈한림별곡〉 제1장의 "이정언 진한림 쌍운주필"(李正言陳翰林雙韻走筆)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당대에 이규보와 더불어 문필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금나라에 사신으로 가면서 지은 〈봉사입금 奉使入金〉은 고려 후기의 신진사인으로서 시대적 자각과 민족적 긍지 등 고려 시인의 문명(文明) 의식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밖에 당시 농촌의 피폐한 생활상을 묘사한 〈도원가 桃源歌〉와 관직생활의 일면을 토로한 시도 있다. 그러나 그의 시의 본령은 주로 청려(淸麗)·청신(淸新)·청소(淸邵)한 품격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자연시라고 할 수 있다.

 

 

 

 

 

 

 

 

 

  奉 使 入 金  (봉사입금)

   西 華 已 蕭 索   (서화이소색)          
   서쪽(宋나라)은 이미 쓸쓸히 기울고


   北 寨 尙 昏 蒙   (북채상혼몽)         
   북채(金나라)는 여전히 혼몽한데


   坐 待 文 明 旦   (좌대문명단)         
   앉아서 문명의 아침을 기다리니


   天 東 日 欲 紅   (천동일욕홍)          
  동쪽(高麗) 하늘에 아침해가 붉게 솟으려하네.


    - 중국 金나라에 사신으로 가서-

 

 

 

 

奉 使 入 金 (봉사입금)에 대한 이해■

 

선조시대의 국제관계는 몹시 혼란하였다.

큰 소리를 치던 거란의 요나라가 약화되어

1,125년에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밀리게 된다.

 

 

916년 야율야보가 세웠던 요나라,

1,114년 아골타가 세운 금나라,

북방족이 세운 나라도 훗날 모두 중원을 차지한 나라들이다.

 

 

20세기 수립된 현 중국은 남쪽 화족이 주도세력이라서

북방족이 세웠던 이들 나라를 아직도 여진족이

세운 청과 함께 깔보고 있다.

금은 이어 1.127년 송을 멸망 시킨다.

북송은 끝나고, 남송이라는 작은 나라가 남쪽에 겨우 명맥을 유지한다.

부득이 고려는 금나라에 사대의 예를 갖추었다.

금은 현재의 북경인 연경을 1,153년에 도읍으로 삼는다.

그러나, 그 다음 세기인 13세기에는

새로운 세계의 주역이 될또 하나의 세력이 커지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몽고였다.

 

 

이때, 문장가이신 선조께서 사신으로 금나라에 가시게 된다.

봉사입금은 바로 사신으로 가시는 길에 쓰신 작품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던 때이다.

 

 

그동안 문명의 중심지라고 여겼던 송나라는 이미 쇠퇴하여

더 이상 지탱할 힘이라고는 전혀 없었고,

새롭게 흥성한 북쪽의 금나라는 국력은 강하지만

오랑캐라고 업신여겨 오던 야만족이다.

그리고, 다시 13세기가 되자 몽고가 슬슬 강성해 지고 있다.

 

 

막막한 마음으로 새롭게 문명의 세계가 도래하기를 기다리자니

동쪽 하늘에서 붉은 해가 힘차게 솟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동쪽은 바로 우리의 땅 고려이다.

동쪽 하늘의 아침 해는 바로 화려한 문명의 상징이다.

지난 세기 문명의 종주국이엿던 송나라가 쇠퇴했으나

이제는 고려가 새로운 문화의 중심지로 힘차게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 내셨다.

 

 

그러나. 이 바람은 거대한 무력의 바람인 원의 물결에 꺾였다.

그 후, 1,234년 금나라 조차 원에게 망하고,

칭키즈칸이 세운 원나라가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이 시기 고려는 최씨 무신정권과 왕권과의 세력 다툼이 치열했던

혼란의 시기였다.

선조께서는 민족적 역사의식이 투철한 진보 지식인이셨다.

일반적으로 역사의 혼란기에는 소위 보수세력과 진보세력의

싸움이 치열해 진다.

 

 

선조께서는 국론분열의 와중에서 지식인으로서의

고민을 시로써 표출하신 것이다.

무신정권이나 왕권이 민중과 민족을 위하여

국력을 키우는 일 보다 오직, 정권쟁탈과 자신들의 안위와

영화만을 추구하던 시기에 또한, 일반백성과 천민들도

이러한 귀족의 횡포에 반발하는 난동과 폭동을 일삼든 시기에

대하여 우려와 실망을 느끼셨던 것이다.

 

 

선조께서는 중국을 지배한 송나라가 무너지고,

금나라도 불안한 시기에 고려가 합심단결하면 우리민족의

자주적 민족국가인 강성했던 고구려의 옛땅을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본것이다.

 

 

그리하여 선조께서는 지도층과 민중들이게 눈을 크게 뜨고

민족의 존속과 중흥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국제정세를 볼 것을 요구하신 것이다.

우리를 억누루고 지배하는 대륙의 중국세력이 자체의 혼란으로,

옛 고구려의 영토인 북쪽 만주지방의 통제력이 약화된

지금이야 말로 우리의 영토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사실을 환기 시키려는 것이다.

 

 

선조의 시에는 적어도 이러한 생각이 간절하고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조께서 바라셨던 동방의 붉은 해는 언제쯤 떠오를 것인가.....



 

 

 

 

 

 

 

 

 

 

 

     追 和 歐 梅 感 興    四 首 (추화구매감흥  사수)

                    - 구영숙(歐永淑)과 매성유(梅聖兪)의 감흥시에 답하여-

   基  一 (기 일)
  待 物 當 以 信  (대물당이신)      남을 대할 때는 신(信) 으로써 하고,
  應 天 當 以 誠  (응천당이성)      하늘에 응할 때는 정성으로써 하라.
  爲 善 畏 人 知  (위선외인지)      착한 일 하고는 남이 알까 두려워 하나니,
  陰 德 猶 耳 鳴  (음덕유이명)      음덕(陰德)은 귀 우는 것<耳嗚> 같다.
  平 時 等 愚 陋  (평시등우루)      보통 때는 어리석고 고루한 것 같지만
  臨 事 見 眞 情  (임사견진정)      일을 당해야 진정(眞情)을 보네.
  君 子 故 守 分  (군자고수분)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분(分)이 지키어,
  恥 有 過 實 名  (치육과실명)      실상보다 지나는 이름 부끄러워 하느니라.
  嗟 予 聞 道 淺  (차여문도천)      슬프다, 내 도(道)를 들음이 얕아서
  憫 憫 空 此 生  (민민교차생)      답답하게 이 평생 헛지내네.
  歲 晩 無 所 獲  (세만무소획)      늦철에 거둘 것 없나니,
  如 農 初 不 耕  (여농초불경)      마치 봄에 갈지 않은 농부 같아라.

  基  二 (기 이)
  道 左 賈 時 憎  (도좌가시증)      도(道)가 다르매 세상의 미움사고,
  志 迂 遭 物 責  (지우조물책)      뜻이 오활하매 남의 책망 받네.
  居 然 見 陸 沈  (거연견육침)      그저 거연(居然)히 육침(陸沈)되니
  有 甚 風 波 激  (유심풍파격)      풍파의 격렬함이 유심하느냐?
  寸 苗 庇 長 材  (촌묘비장재)      한 치의 싹은 큰 재목을 덮고,
  象 彩 猜 太 白  (상채시태백)      채색 빛깔 흰 빛을 시기하네
  爭 將 脆 似 葦  (쟁장취사위)      어떻게 가죽같이 부드러우랴,
  却 笑 介 如 石  (각소개여석)      돌처럼 굳센 것을 되려 웃는가?
  寧 甘 無 辜 失  (여감무고실)      차라리 허물없이 잃을지언정,
  可 忍 非 義 得  (가인비의득)      의(義) 아니고 얻는 것 차마 하랴.
  憂 來 不 敢 說  (우래불감설)      이 근심 감히 말할 수 없어,
  時 以 代 복 臆  (시이대복억)      시(詩)로써 복새 의 마음을 대신하노라.

.  基  三 (기 삼)
  少 年 慕 功 名  (소년모공명)      젊어서 공명(功名)을 사모하여,
  爲 善 忘 早 晩  (위선망조만)      선(善)을 하느라고 아침 저녁 잊었네.
  高 懷 月 在 天  (고회월재천)      높은 뜻은 하늘에 달이었고,
  逸 氣 驥 走 坂  (일기기주판)      날랜 기운은 기마 (驥馬)가 언덕을 달렸네.
  胸 中 貯 諫 書  (흉중저간서)      가슴속에 간(諫)하는 글 간직해 두고, 
  一 一 堪 綴 纂  (일일감철찬 )     하나하나를 내어 편찬할 만하였네.
  安 知 蟻 鼻 缺  (안지의비결)      어찌 알았으리, 개미코<蟻鼻>만큼 이 빠진 것이,
  坐 使 純 구 損  (좌사순구손)      순구(純軀) 보검명(寶劒名)에 결점될 줄이야.
  遂 令 萬 杖 虹  (수령만장홍)      마침내 만장(萬丈)의 무지개로 하여금,
  縮 作 一 寸 短  (축작일촌단)      움츠러들 게 하여 한 치 길이로 만들었네.
  心 知 儒 冠 誤  (심지유관오)      마음으로 유관(儒冠)됨이 그르친 줄 알았으니,
  感 歎 時 豈 免  (감탄시기면)      때때로 슬피 탄식함을 어이 면하리.
  然 상 在 大 鈞  (연상재대균)      그러나 천지의 조화(造化)에 달렸으니,
  天 聽 終 不 遠  (천청종불원)      하늘 들음 (天聽) 마침내 멀지 않으리.
  時 去 不 可 追  (시거불가추)      지나간 때는 돌아올 수 없거니,
  泰 來 非 我 勉  (태래비아면)      좋은 시대 오는 것도 내가 힘써 될 것 아니네.

 基  四 (기 사)
  陋 巷 少 閑 燥  (누항소한조)      누추한 골목에 깨끗한 때가 적어,
  내 爲 淫 요 迫  (내위음요박)      장미 빗물에 시달림을 받네.
  遊 鞍 稀 拂 拭  (유안희불식)      놀러 나가는 안장<鞍>은 닦을 때(먼지)가 적고,
  但 見 蛛 絲 織  (단견주사직)      다만 <문앞에> 거미가 줄 치는 것 보겠네.
  상 聞 傲 吏 語  (상문오이어)      일찍이 오리(오吏)라 들이니
  學 道 無 鬼 責  (학도무귀책)      "도(道)를 배우면 귀신의 벌이 없다"고
  問 渠 百 年 間  (문거백년간)      그에게 묻노니 백년동안에
  憂 患 螺 得 力  (우완나득력)      걱정 근심에 어떻게 힘을 얻는가.
  吾 故 把 여 羹  (오고파여갱)      나는 일부러 명아주국을 드노니,
  無 心 慕 肉 食  (무심모육식)      고기먹기 부러워하는 마음 없네.

 

 

 

 

 

 

             夕   守  (석수)

 薄 暮 趨 宸 伏  (박모추신복)      초저녁에 대궐에 나아가서,

 동 庭 逐 貴 遊  (동정축귀유)      대궐 뜰에서 귀인(貴人)들 좇아노네.

 詩 懷 憑 酒 得  (시회빙주득)      시(詩) 회포는 술을 빌어 얻곤 하나,

 世 態 向 人 羞  (세태향인수)      세태(世態)는 남 대하기 부끄럽네.

 新 月 彎 宮 樹  (신월만궁수)      초승달이 궁 안 나무에 걸리고,

 燈 上 御 樓  (화등상어루)      꽃등이 어루(御樓) 위로 올라갈 때,

 坐 思 天 下 事  (좌사천하사)      앉아서 천하의 일을 생각하니,

 何 日 借 前 籌  (하일차전주)      어느날 어상(御床)의 저(著)를 빌어 계책을 올릴까.

                                                ㅡ 저녁에 궁궐을 수직 하면서 ㅡ

 

 

 

 

 

 

          次 韻 朝 守 (차운조수)

                                            - 아침에 궁궐을 수직하면서 -

  淸 切 天 居 近 (청체천거근)        맑고 엄숙한 임금 계신곳 가깝고,

  俳 徊 閣 道 深 (배회각도심)        빙빙 돌아 각도(閣道) 가  깊숙하네.

  樓 明 初 傍 殿 (루명초방전)        처음 방(榜) 붙인 누각에 등불이 아직 환한데,

  月 落 半 庭 陰 (월낙반정음)        달이 져 뜰<庭> 절반이 그늘 진 때.

  烟 色 籠 溫 樹 (연색농온수)        안개는 온실(溫室) 나무에 자욱하고,

  風 聲 度 舜 琴 (풍성도순금)        바람곁에 순(舜) 의 거문고 타는 소리

  醉 顔 侵 夜 起 (취안침야기)        거나한 얼굴로 날 새기전 일어나니,

  殘 夢 雜 微 吟 (잔몽잡미음)        꿈 아직 못 다 깬 채 가늘게  읊조리네.

 

 

 

 

 

 

 

                   秋 日 書 懷 (추일서회)

                                    - 가을볕(秋陽)을 생각하고 지은글 -

  富 貴 也 悲 秋 (부귀야비추)    부귀한 사람도 가을을 슬퍼하거든,

  孤 吟 況 弊 구 (고음황폐구)     헤어진 갓옷으로 혼자 읊는 사람이야.

  閱 多 人 寵 辱 (열다인총욕)     숱한 사람들의 영욕(榮辱)을 보았거니,

  問 幾 日 歸 休 (문기일귀휴)     어느 날에사 돌아가 쉬려는가.

  落 葉 埋 金 井 (낙엽매금정)     떨어지는 오동잎이 가을 우물을 메우고,

  疎 砧 響 石 樓 (소침향석루)     성긴 다드미 소리가 돌다락을 울리누나.

  요 將 倦 遊 興 (요장권유흥)     애오라지 권유(倦遊 : 객지에 다니기 지쳤다는 뜻) 의  흥(興)으로,

  의 枕 問 滄 洲 (의침문창주)     배게에 의지하여 은인(隱人)의 사는 곳을 물어본다

 

 

 

 

 

 

 

             平 沙 落 雁   ( 평사낙안 )

                                 - 소상팔경도에서백사장과 기러기를 보고 -

  秋 容 漠 漠 湖 波 綠 (추용막막호파록)  가을 빛은 쓸쓸하고 호수 물은 푸른데,

  雨 後 平 沙 展 靑 玉 (우후평사전청옥)  비 온 뒤에 모래밭에 푸른 옷을 펼쳤다.

  數 行 翩 翩 何 處 雁 (수항편편하처안)  두어 줄 펄펄 나라 어느 곳을 가는 기러기인가,

  隔 江 啞 軋 鳴 相 逐 (격강아알명상축)  강을 건너 기럭기럭 울며 서로 쫓는다.

  靑 山 影 冷 釣 磯 空 (청산영랭조기공)  푸른산 그림자는 찬데 낚시 터가 비었고,

  浙 瀝 斜 風 響 疎 木 (절력사풍향소목)  우수수 비낀 바람 성긴 나무를 울린다.

 

 

 

 

 

 

 

               遠 浦 歸 帆  ( 원포귀범 )

                                               - 먼 포구를 돌아가는 돛배를보고 -

   萬 頃 湖 派 秋 更 闊 (만경호파추갱활)  만이랑 호수 물결에 가을이 더욱 어른한데,

   微 風 不 動 琉 璃 滑 (미풍부동유리활)  실바람도 불지 않으매 유리처럼 매끄럽구나.

   江 上 高 樓 逈 入 雲 (강상고루형입운)  강위의 높은 누각은 멀리 구름속에 들었는데

   憑 欄 客 眼 淸 如 潑 (빙난객안청여발)  난간에 기댄 나그네 눈은 씻은 듯 맑구나.

   我 聞 輕 櫓 鳧 雁 聲 (아문경노부안성)  언뜻 가벼이 노젓는 소리에 놀란 오리와 기러기 소리들었더니

   頃 刻 孤 帆 天 一 末 (경각고범천일말)  어느새 하늘 한 끝에서 외로운 돛배 오네.

   飛 禽 沒 處 水 呑 空 (비금몰처수탄공)  날으 는 물새 지나간 곳에 물은 하늘을 머금었는데,  

   獨 帶 淸 光 瓚 一 跋 (독대청광찬일발)  홀로 맑은 빛을 띄고 먼산에 한 올이 비끼었다

 

 

 

 

 

 

 

 

                漁 村 落 照  ( 어촌낙조 )

                                               - 어촌의 석양 -

  斷 岸 湖 痕 餘 宿 莽 (단안호흔여숙망)  끊어진 언덕, 조수 흔적에 묵은 풀이 남았는데,

  鷺 頭 揷 翅 閑 波 瘍 (노두삽시한파양)  해오라기 머리 날개에 꽂고 한가히 가려움을 긁는다.

  銅 盤 倒 影 波 底 明 (동반도영파저명)  구리 소반(해)이 그림자를 거꾸로 드리워 물결 밑이 밝은데,

  水 侵 碧 天 迷 俯 仰 (수침벽천미부앙)  물에 푸른 하늘이 잠기매 위아래를 모르겠네.

  歸 來 蒻 笠 不 驚 鷗 (귀래약립불경구)  돌아오는 부들 삿갓에 갈매기는 놀라지 않고,

  葉 扁 舟 截 紅 浪 (일엽편주절홍랑)  조각배 한척 붉은 물결 끊는다.

  兒 滿 藍 酒 滿 甁 (어아만람주만병)  고기는 바구니에 가득하고 술은 병에 찼는데,

  獨 背 晩 風 收 綠 網 (독배만풍수록망)  홀로 저문 바람을 등지고 푸른 그물을 걷는다.

 

 

 

 

 

 

               洞 庭 秋 月  ( 동정추월 )

                                    - 중국 동정호의 가을 달밤 -

  滿 眼 秋 光 濯 炎 熱   (만안추광탁염열)  눈에 가득한 가을 빛은 불꽃 같은 더위를 씻는데

  草 頭 露 顆 珠 璣 綴   (초두로과주기철)  풀잎 끝에 이슬 방울은 구슬을 엮었도다. 

  江 娥 浴 出 水 精 寒   (강아욕출수정한)  강아(달)가 목욕하고 나오매 수정(水精)이 찬데,

  色 戰 銀 河 更 淸 絶   (색전은하갱청절)  빛깔은 은하(銀河)와 겨루어 더없이 맑구나. 

  波 心 冷 影 不 可 국   (파심랭영불가국)  물결 밑의 찬 그림자 움켜 쥘 수 없는데,

  天 際 斜 暉 那 忍 沒   (천제사휘나인몰)  하늘 가의 비낀 빛 어찌 차마 빠지는가. 

  飄 瓢 淸 氣 襲 人 肌   (표표청기습인기)  나부끼는 맑은 기운 사람 살을 덮치거니,

  欲 控 靑 鸞 訪 銀 闕   (욕공청란방은궐)  푸른 난새를 타고 천상의 은궐을 찿으련다.


                                                                        강아 : 물속에 빛인 달  

 

 

 

 

 

 

 

 

             瀟 湘 夜 雨 (소상야우)

                                           - 중국 소상강의 밤비 -

 江 村 入 夜 秋 陰 重 (강촌입야추음중)     강촌(江村)에 밤이 들어 가을 그늘 무거운데,

 小 店 漁 燈 光 欲 凍 (소점어등광욕동)     조그만 주막 고기잡이 등불빛이 얼 것 같구나.

 森 森 雨 脚 跨 平 湖 (삼삼우각과평호)     주룩주룩 빗발이 편편한 호수에 걸쳤는데,

 萬 點 波 濤 欲 飛 送 (만점파도욕비송)     만 방울 파도는 날아 갈 듯하도다.

 竹 枝 蕭 瑟 鹿 明 珠 (죽지소슬녹명주)     대나무 가지는 바삭바삭 밝은 구슬 부수듯,   

 荷 葉 翩 翩 走 圓 汞 (하엽편편주원홍)     연잎사귀 푸득푸득 둥근 수은 구르듯.

 孤 舟 撤 曜 掩 蓬 窓 (고주철요엄봉창)     밤새도록 외로운 배에 봉창을 닫앗노니,

 緊 風 吹 斷 天 涯 夢 (긴풍취단천애몽)     급한 바람은 불어 하늘 가의 꿈을 끊어 버린다. 

 

 

 

 

 

 

 

 

 

                 烟 寺 暮 鐘  (연사모종)

                                         - 저녁 연기나 는 절간의 종소리 -

   烟 婚 萬 木 棲 昏 鵝  (연혼만목서혼아)   연기 서려 어둔 숲속에 저녁 까마귀 깃드니,

   遙 岑 不 見 金 連 花  (요잠불견금연화)   금련화(金蓮花) 같은 먼 멧부리를 볼 수 없도다.

   數 聲 晩 鐘 知 有 寺  (수성만종지유사)   저녁 종 두어 소리 절 있는 줄 알겠거니,

   慓 渺 樓 臺 隔 暮 霞  (표묘누대격모하)   어슴푸레한 누대(누대) 들은 저녁 놀에 가리웠다.

   淸 音 요 뇨 江 村 外  (청음요뇨강촌외)   맑은 소리 간드리지게 강촌 밖으로 울려 가는데,

   水 精 霜 寒 萊 更 斜  (수정상한래갱사)   물은 정결하고 서리 찬데 들려오는 종소리 더욱길어라.

   行 人 一 廳 一 回 首  (행인일청일회수)   길 가는 이 한 번 듣고 한 번 머리 돌리니,

   香 靄 朦 朦 片 月 斜  (향애몽몽편월사)   아득한 저녁 안개에 조각 달이 비끼었다.

 

 

 

 

 

 

                           江 天 暮 雪  ( 강천모설)
                                                     - 강에 위에 저녁노을에 오는 눈 -

   江 上 濃 雲 飜 水 墨  (강상농운번수묵)   강 위의 짙은 구름 수묵(水墨)을 풀어 놓은 듯,

   隨 風 雪 點 嬌 無 力  (수풍설점교무력)   바람 따르는 눈 송이는 교태인 듯 힘이 없다.

   憑 欄 不 見 昏 鴉 影  (빙란불견혼아영)   난간에 기대어도 저녁 까마귀는 그림자도 볼 수 없는데,

   萬 枝 繁 華 春 頃 刻  (만지번화춘경각)   나무마다 배꽃은 잠깐 동안 봄일러라.

   漁 翁 蒻 笠 戴 寒 聲  (어옹약립대한성)   고기잡이의 부들삿갓은 찬소리를 이었고,

   賈 客 蘭 橈 滯 行 色  (고객난요체행색)   장사꾼의 목난초 돛대 나그네 길 멈추었다.

   除 却 綺 驪 孟 浩 然  (제각기려맹호연)   나귀를 탄 맹호연(孟浩然)을 제해 놓고는,

   箇 中 詩 思 無 人 識  (개중시사무인식)   아무도 이 시정(시정)을 아는 사람이 없으리.

            * 맹호연(孟浩然)은 성당(盛唐)때 자연시에 명성이 있었던 시인.

 

 

 

 

 

 

 

 

               金 明 殿 石 菖 浦 ( 금명전석창포 )
                                                  - 금명전에 창포풀(관상용 상록초) -

   花 瓷 碎 玉 含 微 涓 (화자쇄옥함미연)    꽃 항아리의 부숴진 옥은 가늘은 물방울 머금었네.

   溪 毛 翠 嫩 根 龍 纏 (계모취눈근용전)    그 잎은 푸르고 고우며,뿌리는 용처럼 서리었도다.

   風 姿 廐 瘦 甚 可 愛 (풍자구수심가애)    여윈 모습 참으로 사랑할 만하거니,

   知 是 草 中 山 澤 仙 (지시초중산택선)    그것은 풀 중에서 산과 늪의 신선임을 알리라.

   自 將 靈 液 侵 寒 碧 (자장영액침한벽)    스스로 영액(靈液)을 가져 찬 기운 적시니,

   曉 來 葉 葉 垂 淸 滴 (효래엽엽수청적)    새벽 되자 잎사귀마다 맑은 물방울 떨어뜨린다.

   已 驚 秋 意 滿 房 롱 (이경추의만방롱)    가을 기운이 방에 가득 찬 데 한번 놀라고는,

   忽 覺 詩 魂 迷 水 石 (홀각시혼미수석)    문득 시정(詩情)이 수석(水石)에 동함을 깨닫겠네.

   連 花 淸 淨 出 泥 瘀 (연화청정출니어)    연꽃의 맑고 깨끗함은 진흙탕에서 나왔고,

   白 芷 芳 馨 生 海 隅 (백지방형생해우)    백지(白芷)의 꽃다운 향기는 바닷가에서 나왔다.

   誰 識 蒼 然 机 案 上 (수식창연궤안상)    누가 알리 창연(蒼然)히 책상위에서,

   寸 根 歲 久 還 生 鬚 (촌근세구환생수)    한 치 줄기 오래되면 도리어 수염나는 것을,

   禪 窓 日 汞 香 烟 뇨 (선창일홍향연뇨)    선창(禪窓)에 밝은 해는 향(香) 연기에 나부끼는데,

   一 枕 隨 風 竹 陰 好 (일침수풍죽음호)    한 베개에는 바람을 따라 대나무 그늘이 좋다.

   上 人 睡 足 眼 波 寒 (상인수족안파한)    잠이 족한 상인(上人)의 눈에는 물결이 찬데,

   宴 坐 相 看 不 知 老 (연좌상간부지로)    편히 앉아 마주보면 늙는 줄을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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